다이애나밴드 작가의 <들리는 상처들의 믹스: 사운드 워크숍>

8. 10. (토) 14:00 ~ 17:00

다이애나밴드 작가의 <들리는 상처들의 믹스: 사운드 워크숍>은 내 몸에 있는 상처에 대한 기억, 그 당시의 상황, 느꼈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관련한 심상을 소리로 제작해보는 사운드 메이킹 워크숍이다.

우리는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상처를 보면 다칠 때의 상황이 어땠는지, 내가 느낀 고통은 어느 정도였는지, 또 어떤 느낌이었는지 등이 떠오를 때가 있다. 상처가 났을 때의 아픔에 대해선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느낌, 그리고 고통은 다친 본인만이 온전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사적인 기억에 속하는 몸의 상처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에 대한 기억을 기반으로 소리를 녹음하고, 기록하여 다른 학생들의 소리와 믹싱하고, 합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을 ‘소리’로 표현한다면?

불을 켜기 위해 성냥을 긋거나 줄자를 당기기 위해 팔을 뻗는 행위가 소리가 된다면, 혹은 바다에 떠 있는 부표를 보고 느낀 심상을 소리로 표현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까? 다이애나밴드는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기억, 이에 대한 심상이나 느낌을 미디어와 사운드를 이용해 설치 작품으로 이어온 작가이다. 다이애나밴드의 작품은 사물과 환경, 그리고 그에 대한 기억까지 새롭게 해석하고 보일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상처가 생겼을 때 어떤 느낌이었지?”

몸의 상처를 소리로 표현하기 전, 자신의 상처에 대한 상황과 느낌을 그림과 의성어·의태어 등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 신원정 작가가 자전거 사고로 인해 생긴 상처에 대한 기억을 예시로 소개했고, 이에 빗대어 자신의 상처를 소리로 표현한다면 어떤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자신이 기억하는 상처에 대한 짧은 기록물을 공유한 후, 상처의 기억에 대한 인상적인 소리를 개별로 3개 정도씩 정하여 구체적인 소리를 찾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쾅쾅쾅’ ‘삐콕!' '딱, 딱, 딱, 딱'

어떤 소리를 녹음할지 구상한 뒤에는 본격적인 소리 녹음을 진행하였다. 각자가 원하는 소리들을 입으로 직접 내기도 하고, 주어진 악기나 재료를 사용하거나, 물을 뿌리고 손으로 문지르는 등 원하는 소리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녹음할 소리를 헤드폰을 통해 들으면서 느낌이나 생각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직접 녹음하기 어려운 소리는 소리 음원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소리를 자신의 작업에 사용할 수 있었다.

'상처 소리'로 합주하기!

마지막으로 다이애나밴드가 합주를 위해 제작한 웹 플랫폼에 개인의 상처에 대한 소리들을 등록하는 과정을 거쳤다. 팀별로 상처의 소리를 묶어 업로드했고, 이윽고 함께 소리를 들어보고 합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소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친구가 기억하는 상처의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웹 플랫폼에 접속하여 공동의 연주를 진행해보았다.

다이애나밴드의 <들리는 상처들의 믹스 : 사운드 워크숍>에서는 소리를 통해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해볼 수 있었다. 상처에 대한 기억을 기록물로 먼저 작성하면서 생각을 소리로 나타내기 위한 과정을 알게 되었으며, 또한 상처에 대한 느낌을 자신만의 소리 표현법으로 나타내면서 동시에 다른 학생들과 상처의 소리를 공유하고 합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작가가 사운드 믹싱을 위해 만든 웹 플랫폼은 개별의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볼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믹싱의 정도는 간단한 터치만으로 변경할 수 있다. 태블릿 PC와 학생들이 가진 스마트폰으로 사운드 믹싱을 위한 웹 플랫폼에 접속하여 진행된 연주는 기억을 소리의 형태로 만져보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상의 물건과, 사적인 기억이 다른 감각으로 표현되어 공동의 경험으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크리티컬 플레이어로서 매체환경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라 여겨진다.

다이애나밴드(신원정, 이두호) (사운드 아티스트)

다이애나밴드는 관계적 미학을 향한 디자인과 미디어아트를 실험하는 2인조(신원정·이두호) 팀으로서, 국내외에서 꾸준히 전시·퍼포먼스·워크숍·강의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가는 관객들의 참여와 관계 형성을 위해 공연성과 상호작용성을 작품에 적용하고, 관객은 때때로 작품의 적극적인 개입자로서 혹은, 일시적 사건에 개입되는 관찰자로서 사건에 초대된다는 뚜렷한 지향점을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