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day is Playful Media

이다영(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연구원)

소위,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선언된 현시대는 모든 경험이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매개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발달된 미디어 테크놀로지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의 무언가를 제시하며 빠르게 변화한다. 따라서 오늘날은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이해하고, 나아가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인간상을 추구하는 교육을 필요로 한다. 우리 앞에 놓인 미디어라는 창의 안과 밖을 고찰하고, 상호작용하며 주체적인 수용과 창작의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본 교육 프로그램 「Everyday is Playful Media」는 ‘미디어를 통한 우리 주변의 모든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한다.


1. 우리 주변의 환경

동시대 미디어 테크놀로지 환경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무한히 연결하고 확장시킨다. 가상현실(VR) 기술로 가상공간을 체험할 수 있고,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서 현실 위에 가상을 덧입힐 수도 있다. 또한 디지털 프로그래밍으로 만든 가상의 오브젝트를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현실의 사물로 만들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서 모든 사물을 연동할 수 있고, 이러한 사물들은 인공 지능(AI)을 통해 인간과 상호작용한다. 인간과 사물, 공간과 시간을 연결하여 감각기관을 확장하고, 더 많은 선택을 가능케 하는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Everyday)을 이룬다. 이러한 세계는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과 사회적 교류의 공간을 놀이적 상호작용을 통한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킨다.

2. 수용과 창작이 함께 일어나는 인간의 행위 “놀이(Play)”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저서 『호모루덴스』(1938)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이 ‘놀이’라는 속성을 통해 발전, 놀이적 행위(playful activities)는 배움과 창작에 가장 중요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는 상호작용성을 지닌다. 이런 디지털 미디어를 체험한다는 것은 수동적인 정보 수용이 아닌, 능동적 정보 활용을 유도한다. 참여적 행위에 의한 양방향적 교류를 통해서 일종의 ‘놀이(Play)’를 형성하는데, 발달된 미디어 테크놀로지 환경에서는 이 놀이를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즐기고, 선택하고, 편집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는 놀이를 통한 수용과 창작의 가능성을 더욱 확대시킨다.

3. Everyday is Playful Media

우리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놀이적 상호작용을 통해 문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그에 따라 규칙도 바뀐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비평적인 자세’이다. 우리는 게임이라는 대표적인 플레이플 미디어를 통해서 상호작용적 놀이 행위를 경험한다. 게임을 통해서 창작자가 만든 규칙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작품)를 만나고, 플레이어 간의 문화로 형성되는 하나의 사회 집단을 경험한다.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연구자인 메리 플레너건(Mary Flanagan)은 저서 『비평적 플레이(Critical Play)』(2009)에서 “비평적 놀이는 인간 삶에서 다양한 질문을 드러내는, 놀이의 환경과 활동을 만들거나 점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융합예술센터는 미디어의 안과 밖을 고찰하고, 상호작용하는 행위에 바탕을 둔 ‘비평적 플레이어(Critical Player)’로서의 태도에 주목해 왔다. 2018년도에는 새로운 표현매체로서의 게임을 주제로 대안적 게임 창작과 비평 방법에 대한 <아트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도에는 비평적 수용을 바탕으로 창작하는 ‘주체적인 행위자’로서 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미래세대라 할 수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드림아트랩4.0』에서 예술+기술 교육 프로그램 「Everyday is Playful Media」를 기획·운영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같은 방향에서 연구할 수 있는 3개 기관이 일종의 공동체로서 협력했다. 예술학교 연구기관인 융합예술센터와 성북구 지역의 문화예술 기관인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 그리고 용산구에 위치한 메이커 스페이스 디지털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N15과 함께 힘을 모았다.

4. 플레이를 통한 생각하고, 배우고, 만들기

우리는 발전하는 기술에 따른 시대 변화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분야에 어떻게 접근하여 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였고, 이에 따른 결과물을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도출했다. 안과 밖을 함께 고찰할 수 있는 이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디어를 수용하고, 열린 감수성으로 창작물을 구상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Thinking), 배우고(Learning), 만들어보는(Making)’ 3단계의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

첫 번째 프로그램 《주제탐색 : 플레이플 씽킹(Playful Thinking)》에는 우리 주변 환경에 대해서 생각하고, 감각하는 행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자 했다.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①사물을 해킹하는 행위, ②소통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 ③조형물을 가지고 공간을 구성하는 행위, ④기억 속의 감각(소리)를 재현하는 행위, ⑤규칙을 만들어 상호 소통하는 행위. 이 다섯 가지 행위를 바탕으로 예술가와 함께하는 워크숍을 만들었다. 두 번째로 기술매체에 대한 원리를 배워보고, 이해하기 위해서 동시대 기술매체에서 핵심이 되는 3가지 키워드로써 ‘가상과 현실’, ‘인간과 기계’, ‘세계와 규칙’을 도출하고, 이 내용을 메이커와 함께 배워보는 《매체탐구 : 플레이플 러닝(Playful Learning)》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제안한 3가지 주제에 따라 2개의 아카데미와 1개의 워크숍으로 꾸려졌다. 세 번째 교육 프로그램 《융복합 예술 창작 : 플레이플 메이킹(Playful Making)》에서는 스스로 만들기 방법을 구상할 수 있는 활동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정해진 주제, 팀원, 재료, 시간이라는 제약 안에서 무언가 만들어보는 해커톤의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앞서 진행한 3개의 프로그램 내용과 결과물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통해 발표했다. 이 전시에서는 교육 내용 연구와 더불어 진행한 교육 공간에 대한 결과물도 함께 전시했는데, 미디어 아티스트인 정수봉과 함께 연구·제작한 다양한 작동 방법을 가진 플레이플 미디어로 구성된 <It’s Playful Day> 교육 공간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 공간은 체험 공간이자 교육 공간으로 연구하였으며, 전시기간 내 작은 쇼케이스 형태로 단발적 교육을 시범 운영하였다.

본 「Everyday is Playful Media」의 각 프로그램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와 담론으로 연계성 있게 다루고자 하였다. 이는 동시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예술과 기술의 융합적 담론이라는 공동의 관심사와 이에 대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공유하여 각자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물을 만들고자 했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융합적 사고와 실천이 요구되는 시대에서, 이러한 시도들이 더욱 다양한 방법과 연결 지점들로 실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