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톤 <Making Together Day!>

미래 전자 기기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연극으로! 표현하기

박지혜(N15 메이커콘텐츠팀 PM)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대회를 일컫는다. 본 해커톤 프로그램은 25명의 참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9년 10월 19일~20일 양일간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총 16시간 진행되었다. 참여자는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생까지 다양했다. 이번 해커톤 <Making Together Day!>은 N15에서는 장비를 이용하여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기존의 해커톤 주제를 버리고, ‘미래 전자 기기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연극으로! 표현하기’라는 이색적인 주제로 진행했다. 이 주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미래 전자 기기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기’와 두 번째는 ‘몸으로! 연극으로! 표현하기’이다.

본 해커톤은 참여 학생들의 기계와 기술에 대한 문해력을 발달시켜주는 교육이자, 더불어 ‘연극’이라는 타인과 협력하여 창작하는 예술 분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장이었다. 참여 학생들이 전자 기기를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극을 작성하고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표현력을 이끌어내고 팀원 간 힘을 합쳐 최종 발표를 진행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해커톤이 뭐에요?

우선, 우리들은 다소 낯선 용어일 수도 있는 해커톤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제한된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이벤트이다. 해커톤을 통해 참여자들은 시간제한이라는 약간의 압박감을 가지고 각자의 창의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고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거쳐 협동심, 문제해결능력 등을 키울 수 있다.

개발자, 메이커들이 주로 참여하는 이러한 해커톤이 초~중학생 대상으로 열렸다. 우리들은 벌써부터 각자의 잠재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준비를 하며 해커톤에 관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친구와 친해져요! 아이스브레이킹

서로 익숙한 얼굴도, 낯선 얼굴도 있는 자리에서 우리는 먼저 서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다. 게임을 위해 각자 책상 위에 준비된 카드를 살펴보니, 전자기계와 관련된 종류의 5가지 카드들이 6장씩 있는 묶음이 보인다. 그 중에는 조커 카드가 한 장 있고, 각각 디지털 기기, 가전제품, 음향/영상 장치, 운송수단 등등의 기계장치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게임의 규칙은 간단하다. 랜덤으로 카드를 섞어 한 사람당 6장씩 카드를 나눠가진 후, 자신이 가진 카드를 다른 친구와 교환하며 똑같은 종류의 카드 6장을 먼저 모으면 승리한다. 처음엔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가 남아있던 공간이 정신없이 서로 카드를 교환하는 사이 어느새 떠들썩해지고 웃음기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 웃고 즐기며 승부욕을 발휘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다양한 전자기계의 종류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떤 만들기를 하게 될까요?! 주제 발표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에서 드디어 이번 해커톤의 주제가 발표되었다. 이는 바로 <미래 전자 기기의 작동 방식을 몸으로! 연극으로! 표현하기>! 즉 팀별로 주제를 표현하는 연극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들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주제에 어리둥절했지만, 주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해커톤의 주제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우선 표현하고자 하는 전자기기를 선택한 후, 박스지와 재료를 이용해서 전자기기를 만든다. 그리고 전자 기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배우처럼 몸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전자기기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전자 기기의 작동방식은 무엇일까? 연극을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자기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할까?

우리는 앞서 진행했던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 눈에 담았던 그림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전자기기는 우리들의 일상 속 주변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워치부터 시작해서 냉장고나 청소기 등 가전 제품인 전자기기가 있고, 비행기나 기차 등 운송수단으로서 존재하는 전자기기가 있다. 미래시대에는 디지털 기기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반 가전, 운송 기기들에게도 스마트 기술이 탑재될 것이다. 즉 각각의 전자기기들에 컴퓨터가 탑재되어 다양한 문제를 처리하거나 서로간의 통신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미래를 그려보며 우리들은 이러한 스마트 월드를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의 작동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컴퓨터는 우리가 알고 있는 PC장비 뿐만 아니라 계산이 가능한 장치의 넓은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컴퓨팅이라는 말도 ‘계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의 작동방식은 크게 입력, 메모리, CPU(처리), 출력의 4단계로 나뉜다. 예를 들어 키보드를 통해 어떤 검색어가 ‘입력’되면, 이 데이터는 이진수로 CPU에게 전달되고 메모리는 입력된 검색어에 대한 결과를 찾아 도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입력된 검색어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모니터에 ‘출력’한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우리들은 이러한 작동방식을 연극으로 표현하기 위해 총 4가지의 단계를 입력/처리/출력의 세단계로 나누고, 우리들이 상상해 낸 미래의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었다.

몸으로 어떻게 표현하지? 몸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 등 연극을 본 적은 있지만 직접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기란 쉽지 않다. 막상 연극을 만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들은 연극 만들기를 위한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기로 했다.

스토리보드(storyboard)란 영화나 텔레비전 광고 또는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작성하는 그림 문서이다. 우리들은 상황 / 행동에 대한 설명 / 그 장면의 소리, 대사 등을 기록하며 구체적으로 연극을 계획해나갈 수 있다. 만들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조금은 난해할 수도 있는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아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서! 우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 멘토링 선생님들이 준비한 미리보기 연극 시연을 감상했다. 미래 시대 숙제를 대신해주는 스마트 기기를 표현한 연극은 각각 숙제를 검색하는 사람 역할, 처리를 담당하는 CPU, 메모리 역할과 이를 통해 처리되는 흐름역할로 나뉜다. 흐름은 입력된 검색어를 CPU에게 전달한다. CPU는 이러한 흐름을 스캔하고 분석하여 메모리에게 전달하고, 메모리는 검색어를 나타내는 데이터를 흐름에게 전달한다. 최종적으로 흐름은 미래의 스마트폰 화면에 출력되어 몸짓과 소리로 검색어인 고릴라를 나타낸다. 멋진 연기와 긴박감 있는 배경음악으로 어느새 연극에 몰입한 우리들은 어느 정도 표현해야 하는 주제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왜 크게 만들어 보는 걸까?

우리들은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해나갔다. 게임에 사용했던 카드와, 팀별로 나누어받은 활동지를 이용해 미래의 기계를 발상해보고, 상상한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스토리보드에 작성하며 연극적으로 표현한다. 어느 정도 줄거리와 대사가 정리되고 나면 해커톤 공간 한쪽에 마련된 물감, 마카, 색깔테이프들을 자유롭게 이용하여 연극에 사용될 소품을 제작한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서 전자기기의 작동방식을 크게 확대하여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왜 크게 만들어 보는 걸까? ‘신기한 스쿨버스‘ 동화책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은 작아져서 몸 속을 탐험하며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크게 보고 이해한다. 이런 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전자 기계 속의 움직임을 크게 만들어서 몸으로 표현한다면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또한 직접 경험해보는 것으로 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해커톤 프로그램 이전에 있었던 휴먼스케일 보드게임 워크숍의 사진을 보며 크게 만들어서 경험해보기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고, 만들기 가이드라인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팀별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제작을 진행하면서 각 팀의 진행상황은 해커톤 진행 중 스크린을 통해 표시된다. 연극 발표는 한번만 시연 가능하고, 실수해도 다시 할 수 없다! 약간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들은 드디어 제작을 시작했다.

미래엔 어떤 전자기기들이 있을까?

게임을 함께 했던 같은 테이블이 그대로 한 조가 되어, 우리는 팀별로 팀 이름을 정하고 각자 만들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드에 나온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참고하여, 미래의 어떤 상황에 어떤 식으로 쓰여질 수 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게임을 할때 대신 채팅을 쳐주는 기계, 재료만 넣으면 요리를 해주는 냉장고 등 가전, 운송,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미래의 기기들이 있을 수 있을지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30분정도 팀별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연극 NPC 들이 투입되어 스토리텔링에 대한 조언을 주었다.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요소나, 기승전결에 대한 보완 등 우리들의 연극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며 활동지1, 활동지2, 스토리보드를 완성시켜나갔다. 앞서 기계의 작동방식에 대한 설명에 맞추어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기기는 어떤 상황에서 무슨 데이터를 입력받는지, 처리하는 과정은 어떤식으로 이루어지고 출력되는지를 상상하고 검색해보며 내용을 채웠다.

연극 소품을 만들어보자!

어느정도 스토리라인이 뼈대를 갖추고, 우리들은 만들어야 할 소품에 대해 생각했다. 직접 전자기기 안의 구성요소가 될 친구들을 위한 부품들이나, 배경을 꾸며줄 수 있는 소품들을 구상했다. 우리의 몸보다 더 큰 박스지를 다같이 들고 설명을 들었던 테이블 뒤의 넓은 공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자로 치수를 재어 정확하게 자르고, 물감을 가져와서 색칠을 하며 연극을 멋있게 만들어줄 소품들이 하나 둘 탄생했다. 제작 NPC들은 함께 물감을 칠하거나, 소품을 만들어주고 안전하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전자기기안의 상황들을 표현하기 위한 원자 가면, 식탁, 소프트웨어를 이루는 이어폰과 전화기 등이 형태를 갖추어갔다. 단순히 평면으로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입체적으로 소품들을 표현하며 우리들은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제작에 전념했다.

한편 우리는 특별히 더 구체적이고 멋있게 만들고 싶은 소품을 하나씩 정해 도안을 그리고, 제작 NPC에게 넘겨 레이저절단기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직접 만들기는 어려운 복잡한 그림이나 연극에서 핵심 요소가 되는 소품들을 위해 가장 필요한 소품 한가지를 골라 도안을 그리고, 레이저 절단기로 정교한 소품들이 만들어졌다.

몸으로 표현하기!

소품들이 어느정도 만들어지고 본격적인 연극을 위한 연기 연습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최종 발표까지 몇시간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들은 소품을 활용해서 직접 동선을 짜보고 대사를 연습했다. 처음엔 어색해서 목소리도 작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갈피를 쉽게 잡을 수 없었지만, 연극 NPC들의 조언과 멘토링을 통해 자신감이 붙으며 보다 열정적으로 연극을 준비할 수 있었다. 노끈을 활용하여 위에서 내려오는 무대장치를 고안해보기도 하고, 어떤 행동으로 이야기를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며 각각의 팀들은 연습을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상황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나 사진들을 찾아보고 결정하며 연극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도록 서로 머리를 맞댔다. 행동 하나하나의 세심한 부분까지 체크해보며 마지막으로 직접 무대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주변 자리를 정리하면서 연극 제작시간을 마무리했다.

저희는 이런 미래 세계를 상상했어요!

긴장된 상황에서 최종 연극을 심사해줄 융합예술센터 전수환 센터장님, N15 메이커본부 장현민 본부장님, 성북구립미술관 안성은 큐레이터님이 도착하시고 본격적인 연극 발표가 시작되었다.

우리들은 연습한대로 자신감 있게 연극을 진행하고 소품을 활용했다. 각 팀별로 위치추적을 통해 빠르게 핸드폰의 위치를 찾아내주는 GPS, 해외배송도 몇분만에 빠르게 배송이 가능한 대나무 헬리콥터,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재료만 넣으면 요리를 완성시켜주는 오븐, 인공지능으로 장도 봐주고 운송수단으로 변신도 할 수 있는 냉장고, 상황에 맞추어 형태가 변화하는 만능신발 등 다양한 미래의 전자기기들에 관한 연극이 진행되었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각자 훌륭하게 연극을 마무리하고, 연극의 설정이나 아이디어에 관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도 떨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