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교육 <Playing Together Day!>

플레이, 그라운드!

안성은(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

<Playing Together Day!>는 「Everyday is Playful Media」의 3개 교육 프로그램 과정에서 진행된 내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와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전시에서는 교육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과 사업 기간 내 연구·개발한 미디어아트 교육 콘텐츠 <It's Playful Day!>가 소개되었다. 이를 위해 <Playing Together Day!>가 열린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성북구립미술관 분관)에서는 이곳을 찾은 관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법과 시간에 맞게 작품들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열린 미디어아트 교육 공간을 선보였다. 지난 프로그램은 교육과정별 성격에 맞춰 가장 적합한 개별의 공간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배우고, 만들어보기’를 위한 모든 과정의 결과물이 처음으로 한곳에 모이는 시간이기도 했다.

성북어린이미술관 꿈자람은 자치구 최초의 공립 어린이미술관으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공간이 다소 협소한 문화 소외지역에 들어선 전문미술기관이다. 지난 8월 개관 이후 꾸준히 방문객이 증가해오고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 내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첫걸음을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본 사업을 통해 진행한 연구, 교육 내용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중 하나는 연구·개발에 참여한 미디어 아티스트 정수봉 작가와 미디어아트 공간을 둘러보면서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세계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해해보는 체험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캐릭터 ‘동글이’에 대한 상상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Playing Together Day!>는 전시와 교육이 구분되기보다 플레이를 위한 환경으로 존재하기를 희망하며 공간을 구성했다. 꿈자람이 위치한 성북정보도서관 5층에 도착한 관객은 해커톤의 결과물과 상설 교육을 위한 공간을 처음 마주하게 되며,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교육과정별 소개 영상과 그 내용을 안내하는 인포그래픽을 만날 수 있다. 이어 전시장에 들어서면 운동장을 연상시키는 트랙을 따라 <플레이, 스타트!>, <플레이 라이트>, <플레이 무브>, <플레이 사운드>, <플레이 타임>의 순서로 구성된 <It's Playful Day!>의 5개 교육 콘텐츠를 차례로 체험할 수 있다. 동선을 고려하여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교육 참여자들의 창작물은 전체가 하나의 풍경으로 어우러져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말 그대로 탐색과 놀이, 체험이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 ‘플레이 그라운드’가 된 셈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공간에서 놀이하고 경험하며(Play) 자신의 하루(Day)를 만든다.

총 12일간 진행된 짧은 기간 내에 기존 참여자들을 포함하여 총 1,006명의 방문자가 다녀갔으며, 인근 교육기관(초등학교, 어린이집, 기타기관 등)에서의 단체관람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분포는 다르지만 미취학 아동부터 초·중·고등학생을 포함하여 성인(장년,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여러/많은 대상을 만나고자 할 때, 그것이 취해야 하는 적절한 방식과 태도가 반영된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번 <Playing Together Day!>는 전시와 교육의 형태로서 그 역할과 시도를 충분히 수행했다고 생각된다.

‘플레이 그라운드’에 입성한 방문자들은 이곳의 규칙과 환경을 이해한 후,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관람과 체험을 진행했다. 이곳에서는 정해진 도슨트가 아니라, 관객이 마주하는 개별의 장면에 맞게 새롭게 생성되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생경하지만 즐거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열린 미디어 교육 공간으로서의 목표이자 「Everyday is Playful Media」를 준비하며 그려왔던 풍경이라 여겨진다.

신기술 매체를 이용한 미디어 교육은 구현의 과정과 매체의 특성상 수반되어야 할 많은 요소들(인적/물적 인프라, 연구 등)이 부족할 때가 많으며 특히 개인이나 작은 조직의 단위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때문에 『2019년도 드림아트랩4.0』과 같은 크고 작은 지원과 연구개발이 지속해서 이어져 나갈 때, 숱한 가능성이 그 열매를 맺어질 것이다. 「Everyday is Playful Media」에서의 경험과 기록이, 이를 위한 연속적인 방아쇠로 작용하길 바란다.

반가운 작품들!

지난 8월에는 성북구립미술관에서 <플레이플 씽킹(Playful Thinking)>을, 9월에는 N15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플레이플 러닝(Playful Learning)>을, 그리고 10월에는 용산 디지털 대장간에서 <플레이플 메이킹(Playful Making) _ 해커톤>을 진행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때 만들었던 우리의 결과물들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It's Playful Day!

아이디(ID), 빛(Play Light), 움직임(Play Move), 소리(Play Sound), 시간(Play Time)은 미디어 공간의 주요한 구성 요소들이다. <It’s Playful Day!>에서는 콘텐츠가 설치 될 공간에서 위에 언급한 각각의 요소를 체험할 수 있는 3~5개의 섹션을 구상하였고, 전체 섹션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스토리텔러(안내자)의 역할로 ‘동글이’캐릭터를 이용하였다. 동글이는 본 사업의 캐릭터로 친근하고 귀여운 얼굴을 가졌으며, 도형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에서 존재하고 있는 하나의 아이덴티티이다. 연구 과정에서 동글이의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고, 미디어 속에 존재하고 있는 나만의 안내자로 이용자가 미디어에 흥미를 느끼고 잘 다룰 수 있도록 알려주는 역할을 부여했다. 동글이는 직접적인 설명을 하기 보다는 콘텐츠 안에서 그저 존재하며, 행위자와 함께 공간에서 플레이어로 위치한다. <It’s Playful Day!>가 제공하는 미디어 세상에서는 자신의 동글이가 탄생해야, 공간 안에 입장하고 각 콘텐츠를 플레이할 수 있다.

Play Start

<플레이, 스타트!>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동글이, 즉 공간에 입장하기 위한 아이디를 만든다.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일명 전자태그) 스티커를 통해 자신만의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 RFID는 주파수를 통한 정보 인식 기술로 참여자는 자신의 물건에 RFID 스티커를 부착하고 리더기에 태깅하는 행동을 통해 아이디가 생성의 과정을 거친다. 이때, 맞은편에 있는 웹캠에서 참여자의 얼굴이 사진으로 찍히면서 서버에 함께 저장이 된다. [01 play start 폴더 사진 썸네일]

아이디를 만드는 것은 미디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등록하는 것인데 <It’s Playful Day!>에서는 참여자의 얼굴이 담긴 동글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모두 RFID 스티커 태그를 사용해야만 플레이가 시작되도록 고안되었다. 이로써 동글이는 참여자와 함께 전시의 과정에 함께하면서 미디어에 흥미를 느끼고 잘 다룰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Play Light

<플레이 라이트>는 빛의 삼원색인 R(빨강), G(초록), B(파랑)를 이해하기 위한 콘텐츠이다. 각 색에 해당하는 커다란 버튼을 눌러 미디어 세계의 동글이가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아케이드 게임 형태의 작품이다. 게임 진행은 아주 단순하다. 형형색색의 도형들이 동글이의 앞을 가로막으면, 플레이어는 도형의 색상과 같은 컬러 버튼을 눌러서 길을 터주면 된다. 플레이의 기간 내 같은 색깔의 빛을 비추어 장애물을 없애 동글이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는데,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조합해야만 사라지는 도형들이 나타난다. 빨간색과 초록색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노란색(Yellow), 초록색과 파란색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옥색(Cyan), 파란색과 빨간색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자홍색(Magenta)의 빛이 적용된다. 장애물을 없애면서 빛의 삼원색을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고안된 것이다. 장애물 달리기를 응용하였다.

Play Move

<플레이 무브>는 시소 모양에 구조물에 프로젝션 맵핑과 디지털 사진기를 활용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콘텐츠이다. 디스플레이 안을 떠다니는 작은 공들은 디스플레이를 움직이는 방향으로 굴러가는데, 이때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움직임이라는 공통의 요소로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 세계가 미디어 안팎으로 반응을 주고받는 행위에서 우리는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너머에 있는 ‘어떤 세계’, 즉 우리가 현실 공간에서는 보지 못한 미디어 속 가상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만들었다. 동글이 모형에는 디스플레이 너머의 가상 세계를 보여주는 나무 카메라가 놓여있다. 시소의 건너편을 향해 상자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자. 동글이의 입에서 나오는 사진은 우리가 시선을 둔 카메라를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한 가상 세계를 보여준다. 사진 속에는 해변 너머로 넓게 드리운 바다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동글이가 우리를 맞이한다.

Play Sound

<플레이 사운드>는 볼륨과 피치(Pitch)를 조절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게임이다. RFID 스티커를 태깅하면 동글이는 형형색색의 오브젝트가 있는 공간으로 날아가게 되는데, 오브젝트와 부딪힐 때마다 소리가 만들어 진다. 이때 볼륨은 배경 음악의 볼륨 조절과 동시에 동글이가 발사되는 각도를 조절하며, 피치는 배경 음악의 속도, 그리고 동글이가 날아가는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체험자는 콘솔을 조절하고 태깅을 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평상시 미디어를 통해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 보다 자신이 미디어를 통해 창작한 음악을 경험할 수 있다. 멀리 뛰기, 포환 던지기를 응용하였고 거리는 pixel로 표현했다.

Play Time

<플레이 타임>은 시계를 돌려 시간을 표현해보는 콘텐츠이며 방명록의 역할도 같이 한다. 참여자들이 시계가 달린 삼각기둥에 위치한 태그마크에 RFID를 태깅하게 되면, 입구에서 등록했을 때 찍은 사진과 다양한 형태의 모자를 쓴 동글이가 나타난다. 태그의 수가 많아질수록 여러 사람들과 함께한 동글이들이 화면 안에 쌓이게 된다. 이때 동글이는 등장할 때마다 다른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 모자는 어른이 되어 경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역할(직업, 상태, 행동 등)을 의미한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동글이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 하였다. 삼각기둥 윗편의 시계를 돌려 동글이 세계의 시간을 조절해보면서,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에 능동적인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시계바늘을 앞으로, 뒤로 돌림에 따라 가상 세계 속의 하늘이 밝아지고 어두워진다. 시계탑의 시계바늘을 직접 움직이면, 동글이가 살고 있는 미디어 너머의 세계의 시간을 움직여 볼 수 있다.